2022. 9. 9. 04:59ㆍ미국박사유학
당신에게 정말 원치 않는 불안감이 엄습해오는 순간들이 있다. 나에게 사실 이는 행복의 측면에서 가장 큰 적 중에 하나라고 느낀다. 그냥 아프다 혹은 짜증나고 화난다 와는 확연히 다른 감정이다. 순간적으로 식은 땀이 나게 하고, "어떻게 해야하지, 어쩌지, 큰일이다. 하 어쩌지." 이런 생각이 머리속을 잠식해서 패닉이 오게 한다. 공황장애로 이어질 수 있는 순간들이라고 본다. 정도의 차이만 있지 공황장애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고 느낀다. 이런 순간들을 인생의 평생에서 완전히 없애는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렇게 느끼지 않아도 되는 순간들에 이 불청객이 찾아오는 경우도 매우 많기에 그러한 순간들을 줄이기 위해 기록을 해보고자 한다.
2022년 9월 8일, 오후 1시30분
"문을 안잠그고 나온거 같다."
알렉스에게 택배가 도착했고 집에 들여놨다고 말하는 순간, 내가 오늘 집을 나올때 집 문을 안잠군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치는 않지만 확실하게 문을 잠군 기억이 머릿속에 없었다. 그리고 나서 "아 어쩌지."와 함께 불안한 감정이 스믈스믈 올라오더니 나를 삼키려고 했다. 나는 집으로 가는 길과 도서관을 가는 길 사이를 어쩔 줄 모르고 왔다갔다 했다. 누가 들어오거나 하진 않겠지. 다른 친구가 집에 먼저 갈텐데 문이 열려 있으면 뭐라고 할텐데. 그리고 그게 나인걸 알텐데. 어쩌지. 안그래도 나만 다른 문화권 사람인데 부주의한 이미지를 주는게 될거 같은데. 이런 생각이 하루종일 머릿속에 맴돌바에 그냥 조금 걸리더라도 지금 가서 확인하고 잠그고 오는게 낫지 않을까. 아 그런데 왔다갔다 최소 30분인데. 할거도 많은데. 이런 생각이 연쇄적으로 떠오르면 식은땀이 났다. 결과적으로는 잠그러 돌아가지 않았다.
그리고는 차분해지기 위해 생각을 다시 했다. 그럴 수도 있는 거고, 다음에 잘 잠그면 된다. 엄청난 잘못도 아니고 안잠궜다고 하더라도 다른 친구가 가서 보고 그 한번으로 나를 부주의한 사람으로 결론 지어버린다면 그건 나의 잘못보다 그 친구가 너무 쉽게 누군가를 결론 지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별일 아니고 이해해주고 넘어가거나 그냥 잘 잠그자고 말하고 까먹을 것이다. 가장 큰 두려움은 나를 어떤 사람으로 평가해버릴 것이라는 두려움인데, 좀 더 싸가지 없어지고, 내 알 바 아니야. 좀 더 이렇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패닉에 빠질 만큼의 상황은 아니었다. 패닉에 빠지느니 돌아가서 확인하고 오면 된다. 그게 훨씬 덜 소모적이다. 해봐야 왔다갔다 30분이니.
아무튼 안 돌아가고 지금은 그레인저 도서관이다.
update: 2024년 10월 21일
오랜만에 블로그를 둘러보다 퍼블리싱이 안된 이 글이 있어 다시 들어왔다.
위의 예시의 경우 지나고 보니 나만 저정도로 신경을 쓰지 다른 사람들은 정말 신경을 안쓴다. 한번 더 불필요한 불안이었음을 확신하기 위해 기록을 남긴다.
"그냥 문 잠그는걸 깜빡했을 뿐이다....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다음에 들어가는 사람이 잠그면 된다..."
아시아계 사람들이 더 쉽게 불안과 패닉을 느끼는 경향이 있는거 같다. 덜 자기 중심적이고 더 주변 신경을 많이 쓰고 더 주변의 뭐라고 하는 말에 민감하고, 더 자책을 하는 경향들이 있고 그게 이러한 종료의 불안과 관련이 부분적으로 있는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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